
자청비, 스스로 사랑을 청한 제주의 농사 여신
하늘의 문도령을 먼저 찾아가고 오곡 씨앗을 받아 온 「세경본풀이」의 여신이에요.
「마음이 가면 먼저 찾아가도 돼요. 그 사람 결부터 봐요.」

- 이름
- 자청비(自請妃)
- 사는 곳
- 하늘 문도령과 땅을 오가다 자리 잡은 제주의 세경(농사의 땅)
- 곁에 선 이
- 문도령, 하늘에서 내려와 글을 읽던 사람
- 원전
- 제주 「세경본풀이」. 하늘의 문도령을 먼저 찾아가 사랑을 얻었고, 오곡 씨앗을 받아 와 농사의 신이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먼저 다가가도 될까요. 제주의 굿에서 부르는 「세경본풀이」에는 그 물음에 몸으로 답한 여신이 있어요. 자청비예요. 본풀이는 신의 내력을 노래로 풀어내는 제주의 무가예요.
| 칸 | 내용 |
|---|---|
| 이름 | 자청비(自請妃) |
| 맡은 일 | 농사 · 오곡 |
| 본풀이 | 제주 「세경본풀이」 |
| 짝 | 하늘 옥황의 문도령 |
| 모시는 이름 | 중세경(문도령은 상세경 · 정수남은 하세경) |
| 들고 온 것 | 오곡 씨앗 |
스스로 청해 얻은 딸
김진국 대감 부부가 오래 자식이 없어 불공을 드린 끝에 딸을 얻었다고 해요. 스스로 청해서 낳은 아이라 이름을 자청비라 지었다고 전해요. 이름부터가 이 여신의 결을 말해 줘요.
빨래터에서 만난 문도령
자청비는 빨래터에서 하늘 옥황 문곡성의 아들 문도령을 만나요. 문도령은 글공부를 하러 가던 길이었어요. 자청비는 남자 옷을 입고 제 오라비라 둘러대며 문도령을 따라가 함께 글을 읽었다고 해요. 문도령은 오랫동안 그가 여자인 줄 몰랐어요.
하늘에서 돌아오라는 기별이 오자 자청비는 정체를 밝혀요. 둘은 마음을 나누지만 문도령은 하늘로 올라가야 했어요.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만 남았어요.

먼저 찾아간 사랑
그 뒤로 이야기는 길고 굽이가 많아요. 자청비는 산에서 자신에게 덤벼든 하인 정수남을 죽였다가, 서천꽃밭의 꽃을 구해 와 되살리기도 해요. 부모에게 내쫓기고 떠도는 동안에도 자청비는 문도령을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어요. 끝내 제 발로 하늘까지 찾아가요.
하늘에서는 문도령의 부모가 며느리 시험을 냈다고 해요. 숯불 위에 걸친 칼날 다리를 건너라는 시험이었어요. 자청비는 그 다리를 건너 혼인을 허락받았다고 전해요.
칼날 위를 맨발로 건너는 이 시험은 자청비의 사랑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 주는 대목으로 자주 이야기돼요. 기다림 대신 걸음을 고른 사람이 끝까지 그 걸음을 멈추지 않은 거예요.
씨앗을 들고 땅으로
하늘에 난리가 났을 때 자청비가 그것을 가라앉혔고, 그 공으로 오곡 씨앗을 받아 땅으로 내려왔다고 해요. 그래서 제주에서는 자청비를 농사를 맡은 세경신으로 모셔요. 문도령은 상세경, 자청비는 중세경, 정수남은 소와 말을 치는 하세경이 되었어요.
본풀이는 부르는 심방마다 갈래가 달라 세세한 줄거리가 조금씩 달라요. 그래도 사랑도 씨앗도 스스로 청해서 얻었다는 뼈대는 어디서나 같아요.

사람들은 자청비에게 무엇을 빌었나요
제주 사람들은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세경신께 빌었어요. 큰굿에서 「세경본풀이」를 부른 뒤에는 농사짓는 모습을 놀이로 보여 주는 대목이 이어지기도 해요. 밭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자청비는 씨앗을 처음 가져다준 여신이에요.
제주에는 «일만 팔천 신»이 있다는 말이 전할 만큼 신이 많고, 신마다 그 내력을 노래하는 본풀이가 있어요. 그 가운데 「세경본풀이」는 사랑과 모험이 길게 이어져 가장 이야기다운 본풀이로 꼽혀요. 심방은 굿판에서 이 긴 노래를 장단에 맞춰 풀어 가요.
요즘 자청비는 «먼저 사랑을 고백한 여신»으로도 많이 이야기돼요. 기다리는 여인의 이야기가 많은 옛이야기 가운데 자청비는 스스로 길을 나선 쪽이라서요.
자청비가 받아 온 씨앗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이에요. 씨를 뿌리는 봄마다 제주 사람들은 이 여신의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사랑을 스스로 찾아간 여신이 씨앗까지 스스로 구해 왔다는 이야기라, 제주 여인들의 굳센 삶과 겹쳐 읽는 사람도 많아요.
그림 속 자청비를 알아보는 법
자청비는 일하는 차림의 제주 여인이나 남장을 한 선비로 그려지곤 해요. 지천명 그림의 자청비는 옅은 황토색 무명 한복에 소매를 걷어 묶고, 한 손에 곡식 씨앗을 담은 작은 주머니를 들었어요.
지천명의 자청비
지천명의 자청비는 「썸, 이거 그린라이트?」를 맡아요.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간 신이라서요. 붉은 인연의 별 용길공주와 순풍이 · 천리안 형제가 곁에 서요.
자청비는 그 사람 마음을 대신 말해 주지 않아요. 그 사람이 어떤 결로 마음을 쓰는지, 지금 둘 사이에 어떤 때가 와 있는지를 짚어서 먼저 다가갈지 조금 더 지켜볼지를 손님이 정하게 해요. 이 대목은 본풀이에 없는, 지천명이 지은 이야기예요.
마음이 가면 먼저 찾아가도 돼요. 그 사람 결부터 봐요.
자주 묻는 것
자청비는 어떤 신인가요?
제주 「세경본풀이」의 주인공으로 농사를 맡은 세경신이에요. 하늘에서 오곡 씨앗을 받아 땅으로 내려왔다고 전해요.
문도령은 누구인가요?
하늘 옥황 문곡성의 아들로, 땅에 글공부하러 내려왔다가 자청비를 만난 인물이에요. 제주에서는 상세경으로 모셔요.
자청비라는 이름에는 무슨 뜻이 있나요?
부모가 불공을 드려 스스로 청해 얻은 딸이라 자청비라 지었다고 전해요. 사랑도 스스로 찾아 나선 이야기와 잘 맞는 이름이에요.
출처 · 제주 무가 「세경본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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